옛부터 우리의 어머니와 할머니들은 아이의 대변 색깔과 모양으로 아이의 건강 상태를 판단해왔다. 아기가 녹변을 보는 경우 '아기가 놀랐다'라고 생각하거나 묽은변을 보는 경우 엄마 젖이 물젖이라고 생각하는 것 또한 여기에 해당한다.

 

병원에서 진료를 하다 보면 민간에서 전해지는 아기 대변에 대한 속설은 그릇된 내용이 의외로 많아서 어머니나 할머니들이 아기에게 불필요한 결정을 내리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잘못된 정보가 아기에게는 본의 아니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생후 5일부터 황갈색변 보기 시작해

아기가 태어나서 처음 보는 변인 태변은 48시간 이내에 배설되는 짙은 암록색의 끈적이는 변이다. 아기가 수유를 시작하면서 녹갈색의 이행변으로 변화한 후 생후 4-5일부터는 황색이나 갈색의 대변으로 바뀌는데 이후 아기는 이러한 형태의 대변을 보게 된다. 모유 수유를 하는 건강한 아기는 소량의 묽은 변을 자주 보는 형태를 취하는데, 반대로 1-2주 동안 전혀 대변을 보지 않다가 이후 정상적인 부드러운 변을 볼 수도 있다.

 

▷ 시기별 배변횟수(하루 기준)

생후 7일

1~10회

7일 이후~첫 돌 무렵

1~7회

만 1세

2회

생후 12개월~4세

3회 이하

4세 이후

1회(성인과 유사)

 

대변의 색깔 대부분 큰 의미 없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개념과는 달리, 대변의 색깔은 담즙 성분인 빌리루빈 생성물의 색을 띠지 않는 경우나 검붉은 흑혈변 또는 선홍색의 선혈변과 같이 혈액이 섞여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임상적으로 거의 의미가 없다. 즉, 아기의 대변이 초록색이 되었다고 해서 약을 먹이거나 야채가 그대로 섞여 나왔다고 해서 흡수장애를 걱정거나 몽글몽글한 흰 덩어리가 보인다고 소화불량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아기의 정상 대변양상은 아기에 따라 다르며 같은 아기에서도 성장시기나 섭취하는 음식, 몸의 상태에 따라 대변양상이 수시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대변 색이나 굳은 정도, 또는 횟수의 변화에 대해 무조건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우유빛의 대변이나 혈변의 경우에는 문제가 된다. 즉, 색깔없이 하얀 대변을 보는 아기에게 황달이 동반된 경우 담즙 배출에 이상이 있는 질환의 가능성을 의심해야 하므로 반드시 의사의 진찰을 받게 해야 한다. 또한 자장면 색처럼 검붉게 보이는 대변을 보이는 경우는 상부 위장관 출혈을 의심할 수 있으며 선홍색 피가 묻어 나오는 대변을 보는 경우는 하부 위장관 출혈을 생각해 보아야 하므로 역시 의사의 진찰이 반드시 필요하다.

 

단, 흑혈변 외에도 철분약, 감초, 블루베리 등도 검은색 대변을 만들 수 있으며, 일부 약물도 붉은색 대변을 만들 수 있으므로 아기가 섭취한 음식과 약에 대해 확인할 필요는 있다.

 

대변의 모양과 횟수에 따른 건강상태 판정

모유 수유하는 아기는 보다 무른변을 자주 보는 경향이 있어서 때로는 설사로 오인을 받기도 한다. 또한 유아기에는 음식섭취와 관련하여 잦은 배변을 보이는 경우가 있어 만성 설사로 병원을 찾는 이유가 되지만 실제로는 아기의 성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식이 조절만으로도 배변형태가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아기의 정상적인 배변횟수, 변의 색, 굳은 정도는 아이들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같은 아기라도 달라질 수 있으므로 만 3세 이전의 아이에서는 이를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는 것이다.

 

수유량 부족, 신생아 변비 유발

설사변의 경우 대변양이 하루 체중 kg당 10g 이상으로 늘어나고 소변량이 줄어들고 아기의 활동이 감소하여 아기가 늘어진 모습을 보이고 체중이 평소에 비해 감소하면 의미 있는 설사라고 볼 수 있으며 이 때에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권장된다.

 

반대로 단단한 대변이나 이로 인해 변을 잘 보지 못 하는 경우도 문제가 되는데, 모유 수유아는 경우에 따라 1-2주가 되어도 배변을 보지 않아 변비로 오해를 받기도 한다.

변비란 진단이 아니라 증상이며, 대변 보는 횟수가 적고 변이 딱딱하여 대변을 보기 힘든 상태를 일컫는다.

 

신생아나 영아가 변비를 보이면 선천성 거대 결장, 선천성 항문직장 기형, 항문 협착증, 내분비 질환 등을 의심해 볼 수 있지만, 이에 앞서 변비를 일으킬 수 있는 철분제 등의 약을 복용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아기의 수유량이 부족하지 않은지 점검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단, 아기가 출생 후 태변 배출이 늦었던 경우나 복부 팽만이 있고 구토, 혈변, 체중감소를 동반하는 경우는 질병의 가능성을 시사하므로 반드시 의사의 진료를 받도록 하여야 한다.

 

대변의 모형으로 보는 변비와 설사

 

글/양혜란/분당서울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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